동경 :: 2010/01/02 11:01

 동경-
그곳은  내가 살던 서울보다 좀 더 따뜻했고, 넓었고, 낯설었습니다.

 떠나기 전 딱 알맞았던 패딩은 비행기에 타고 내리자 무지 더운 옷이 되어있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중요한 것은 마음이고, 단체복은 우리의 마음을 하나로 만들어주기 때문에 꿋꿋하게 입습니다. 땀띠가 무슨 대순가요. 등에 글로 박힌 서울대 검도부는 동경대 사람들을 만나는 순간부터 우리가 대표합니다. 50여년의 역사, 그만큼의 시간, 그리고 그만큼의 사람. 물론 이것들을 다 보여줄 순 없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깨가 무거워집니다. 검도부에 들어와 2달여가 지났을 때 느꼈던 소속감, 그 이상의 것이 느껴집니다. 그저 감상에 빠져있던 것은 아니지만 역시나 그 순간에 부딪히고 나서야 지난 시간에 좀 더 치열하지 못한 것을 떠올리게 되는건 부끄럽네요.
 그렇게 동경대 친구들이 짜놓은 스케쥴에 따라 움직이며 검을 부딪히고, 잔을 부딪히던 3일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빨리 지나갔고, 일본의 동경이란 곳보다는 동경 안의 동경대학교 검도부를 마주한 시간이었습니다. 몇몇 순간과 사건을 제외하고는 그들의 웃음은 따뜻했고, 우리가 맞이할 차례가 되었을 때 그들이 우리에게도 따뜻함을 느끼길 바라게 만들었습니다. 역시 장소도 장소지만 사람과 마음이 중요한건 변하지 않는 진리인 듯 싶습니다.

 공식적인 동경대 교류전이 끝나고 우리를 움직이게 하던 '계획'이 사라진 시점부터, 저는 일본의 동경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동경대학교 검도부 친구들과 함께하는 거리가 아닌, 이곳에 연고라고는 없는 검도부 선후배들과 함께 서 있는 거리는 새로웠습니다. 아사쿠사, 에비수, 하라주쿠, 오다이바 등. 인사동, 신촌, 신림, 대학로 같은 지명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그곳들을 나는 나의 눈으로 귀로 보고 듣고 느꼈습니다. 우리가 묵었던 아사쿠사 뷰 호텔이나 에비수의 한 빌딩 38층에서 본 동경은 제가 알던 서울이란 도시보다 넓은 느낌을 주었습니다. 산이 너무 멀리있기 때문이었을까요. 산이 나타나야할 것 같은 경계즈음에는 여전히 건물들이 서있었고 그보다 더 먼 곳에 시선을 던져야 희미한 산이 나타났습니다.

 그 넓고 새로운 곳. 하지만 위에서도 썼든 중요한건 함께한 사람들이겠지요. 하지만 낯섬이란 신기한 힘을 가지고 있나 봅니다. 가장 익숙하다 생각했던 이들 사이에서 가장 낯선 모습을 볼 수 있었으니까 말입니다. 제 자신이 가진 한계에 대한 반성, 그리고 그 이상의 노력을 해보았지만 모자란 부분을 채우기엔 제가 많이 모자랐습니다. 그래도 그들과 함께한 시간을 어찌 잊을까요.

그 낯선 곳에서 어떤 순간은 분명 한국에서 보다 더 많은 것을
느끼고 지켜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지만, 사람들이 다 다르기 때문에 그곳에서의 경험은 새롭고 소중합니다. 함께해준 모든 이들께 감사하며- 오랜 시간 후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함께 돌아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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