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oat that rocked :: 2009/12/06 18:14
이게 얼마만의 감상인지- 사실 그동안 영화를 아예 안본건 아닌데. 귀찮아서 리뷰를 안했다. 그러다보니 결국 남는게 없네. 인간의 하찮은 휘발성 기억. 특히 난 남는게 없는 놈인데 어쩌자고 아무 기록도 안했을까. 어쨌든, 이 영화를 보고는 떠올렸다. 여기, 이곳에 내가 내 감정을 기록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 영화는 1960년대 절정을 이루고 사라졌던 영국의 해적 방송과 Rock n Roll(락이라고만 쓰기 짧다고 느낀다. 이 영화가 말한 음악은)을 소재로 , 결국 '꿈'을 이야기하고 있다. 'Radio Rock'은 꿈의 바다 한가운데를 현실과 제약이라는 파도에 맞서 항해하는 해적선이다. 그들이 노래하는 함상의 외침은 전파를 타고 꿈의 바다에 떠있지 못하는 이들에게 그것을 전달한다. 해적선이 위태롭지 않을 수는 없다. 그들은 결국 조난을 당하고 그들이 보내는 조난 신호를 정부는 무시한다. 절체절명의 순간 카운트는 이야기한다. 이것으로 우리를 이겼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영혼을 울리는 노래는 만들어질 것이고, 다만 우리가 그것을 못트는 것이 아쉬울 뿐이라고.
요즘 종종 내게 말들 한다. 난 너무 이상적이라고, 또 순수하다고. 하지만 그건 돌려서 말하는 이야기인 것을 알고 있다. 철이 덜 들었다고, 나잇값 못한다는 말을 면전에 대놓고 하기엔 어려워서 하는 소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인 것은 또 무엇일까? 사람은 '원하는 것'을 이루고 싶어하고, 실제로 그걸 쫓아 살든 그렇지 못하든 목표에 대한 지향은 버리지 못하는 속성 중 하나다. 당장 그것이 먹고 싶은 음식이 되었든, 먼훗날 세계 정복을 하겠다는 포부든. 어떤 이들이 쫓고 앉아 있는 것이 강남이나 여의도 등지에 직장을 얻고 점심 시간에 폼 잡고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외양이 아니라면, 딱히 원하는 것은 없는데 그냥 남들한테 뒤쳐지기는 싫어서 급급하게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당신이 품고 있는 목표도 일종의 이상이다. 최근 현실적 노력의 화신이자 아이콘은 MB 대통령이 아닌가 한다. 그 사람이 추진하는 여러 사업들. 그게 어디가 어떻게 현실적인건가. 그저 이상이다. 이것저것 잘 모르겠지만 그냥 모나지 않게, 하지만 좀 편하게 살고 싶다는 것도 결국 이상이다.
난 차라리 내가 이미 경험했던 것을 내가 다시 이루려는 것뿐. 경험했던 현실을 이루려는 것이 이상이 된 이 세상이 그저 우스울 뿐이다. 야망도 뭣도 없는 멋대가리 없는 인생이 될지도 모르지만, 난 내가 원하는 삶을 살련다.
그래서 카운트가 자기 삶에서는 지금이 이정도가 최고라고, 젊은 칼에게 더 나은 삶을 살라고 이야기하는 부분은 도무지 갑갑했고 맥락에도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자기 삶에 대단한 확신을 갖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항상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그 길을 가는 중에도 고민할 것이다. 그러면서 조금씩 내 길을 찾아가는게 인생이 아닐까. 그런 말을 한 카운트는 끝까지 라디오 부스를 지키며 '꿈'을 전달하려하고 침몰해버린 'Radio Rock'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난다.
결국 북해 속으로 가라 앉아버린 해적 라디오 방송, 'Radio Rock'이라는 배, LP판- 이런 형태가 중요한 것이 아니란 말이다. 배 따위 침몰할 수 있다. 해적 라디오 방송도 금지될 수 있고. LP판은 플레이 조차 안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건 그런 것들이 아니다. 인간이 꿈을 꾸고, 그 꿈을 전할 수 있고,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들이 꾸는 꿈은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다고- 그렇게 믿고 싶다.


